요즘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나 역시 그 유행의 최첨단에 서고 싶어 2025년 5월, 야심 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나는 클로드(Claude) MAX 플랜을 포함해, 좋다는 AI 툴이란 툴은 다 굴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반년 정도 삽질을 거듭하다 보니 내 통장에서는 200만 원이 넘는 생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 정도 투자했으면 뭐라도 나오겠지'라는 기대 하나로 버텼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히고 허탈한 감정이 밀려오지만... 뭐, 그땐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완벽하게 실패한 6개월의 사투
나는 원래 까다로운 놈이다. QA 출신에 개발 경력은 물론이고, 시스템 엔지니어(SE) 업무까지 겸하고 있다 보니 코드를 보는 눈이 남들보다 훨씬 예민하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기획부터 코딩, 보안, 예외 처리까지 내 기준에 완벽하게 테스트되지 않은 결과물은 그냥 '쓰레기'나 다름없다고 본다.
그런 내 눈에 기존 AI들은 정말 함량 미달이었다. 남들이 좋다는 건 다 해봤다. CLAUDE.md 파일도 정성껏 작성해보고, PRD(제품 요구 사항 문서)부터 태스크 매니저까지... 프롬프트 한 줄 대충 넣는 법 없이, 그야말로 정석대로 AI와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 코드 일관성 제로: 프로젝트 내에서 문법이 들쑥날쑥했다.
- 두더지 잡기식 수정: 한 가지 버그를 고치면 멀쩡하던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 보안 이슈: SE 입장에서 보이는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들을 AI는 제대로 인지조차 못했다.
- 이해력의 한계: 프로젝트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맥락을 놓치고 멍청한 코드를 뱉어내기 일쑤였다.
6개월간의 스트레스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바이브 코딩? 환상일 뿐이다."
토이 프로젝트나 단순한 페이지라면 모를까, 현업 전문가가 만족할 수준의 앱을 AI가 뽑아준다? 불가능하다고 봤다. 한쪽 고치면 다른 쪽 터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울화통만 터지고... 결국 'AI로 뭐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고 모든 유료 구독을 해지해버렸다. 정말 시간과 비용 모두 아까웠던 순간이었다.
오죽하면 우리 회사 개발팀원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현상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가 기획한 내용을 순수 바이브 코딩만으로 완벽하게 구축해 오는 사람 있으면, 내 이번 달 월급 다 줄게"라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만큼 나는 바이브 코딩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확신했다.
12월 중순,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만나다
그렇게 AI와 결별하고 지내던 중, 12월 중순에 우연히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처음 사용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편견은 단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 났다.
사내에서 사용하려던 인프라 자원 관리 앱, MIDAS를 이 녀석과 함께 만들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클로드와 씨름하며 몇 달을 허비해도 안 되던 것들이 단 일주일 만에 내가 원하는 형태 그대로 완성되었다.
MIDAS: 엑셀과 Bash script로부터의 해방
MIDAS는 실제 업무에서 겪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앱이다.
- 아이피 리스트 관리: 사내와 데이터센터의 방대한 리스트를 엑셀로 정리하던 시절은 끝났다.
- LDAP 관리: 복잡한 LDAP 설정부터 사용자 리스트까지, 엑셀에서 벗어나 UI에서 한눈에 보고 수정할 수 있게 됐다.
- 자동화 알람: 원래는 Bash script로 짜서 Crontab에 등록해 사용하던 '비밀번호 만료 알람' 기능도 이제 MIDAS의 UI에서 통합 관리한다.
이 모든 기능이 완벽한 테스트와 예외 처리, 보안까지 갖춘 채로 일주일 만에 나왔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아주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능은 계속해서 하나둘 늘어날 예정이다.
MIDAS 스크린샷 (인프라 자원 관리 앱)
확신이 만든 결과물들: Suno/Udio Lyric Generator, 그리고 이 블로그
MIDAS의 성공 이후, 나는 다시 '바이브 코딩'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그 뒤로 시도한 프로젝트들이 바로 **Suno Lyric Generator(수노젠)**와 **Udio Lyric Generator(우디오젠)**다. 이 녀석들은 각각 단 2일 만에 완성되었다. 안티그래비티와의 호흡이 이젠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블로그도 안티그래비티를 이용해서 해볼까?" 그렇게 시작된 블로그 작업은 4일 만에 끝났다. 솔직히 수노 리릭 제너레이터, 우디오 리릭 제너레이터는 2일이면 충분했으니까 이 정도면 꽤 오래 걸린 셈이다. (디자인 욕심 때문이었지만...😎)
물론 안티그래비티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발전해야 할 부분도 많고, 쓰다 보면 아쉽거나 부족한 점도 분명히 보인다. 무조건 이 도구가 정답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사이 클로드 코드도 비약적인 업데이트가 있었을 것이고, 이제 GPT-5.3 같은 괴물 같은 녀석들이 나오면 그들이 지금의 안티그래비티보다 훨씬 앞서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나에게는, 지난 수개월간 벌였던 그 지독한 사투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해 준 도구가 바로 이 녀석이었다.
결과가 만족스럽다 보니 냅다 구글 AI 프리미엄 플랜도 1년 치를 결제해버렸다. (이게 바로 찐 팬의 길...💸) 당분간은 이 녀석과 함께 이런저런 실험적인 프로젝트들을 마음껏 시도해 볼 생각이다.
내 진짜 바이브 코딩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