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AI UX라는 단어를 어디선가 보았다. 처음엔 또 마케팅 용어겠거니 하고 정보를 찾아봤는데, 한국에서는 아예 제대로 된 설명조차 찾기 힘들고 해외에서도 아직 용어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것 같다. 누구는 Zero UI니 Agentic UX니 하며 제각각 부르는 듯한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얼마 전 포스팅했던 '앱이 사라질텐대 코딩이 다 무슨 소용이야?' 글에서 느꼈던 점과 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전에는 우연히 AI vs Korail: 철옹성 코레일 함락기라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가만히 읽어보니 꽤 흥미로운 지점들이 보였다. 내가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그 미래의 모습이 이미 현실에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한 AI UX는 화면을 예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앱이라는 껍데기가 사라진 상황에서 우리가 기계랑 어떻게 대화하고 일을 시킬지에 대한 새로운 규칙에 가깝다.
앱 메뉴 대신 말 한마디로 끝내기
지금까지 우리가 기차표를 예매하려면 코레일 앱을 켜고, 로그인을 하고, 정해진 메뉴를 일일이 찾아가야 했다. 좋든 싫든 그쪽에서 정해둔 인터페이스에 내 손가락을 맞춰주는 노가다를 해야 했던 셈이다.
하지만 코레일 예매 봇 사례를 보면 사용자는 아예 앱을 켜지 않는다. 그저 "내일 대전 가는 표 좀 잡아줘"라고 한마디 던졌을 뿐이다. 에이전트가 뒤에서 서버랑 싸우든 코드를 고쳐 쓰든, 사용자 입장에서는 앱(App)이라는 중간 과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결과만 말하면 나머지는 기계가 알아서 실행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AI UX의 핵심이다.
AI가 서대전역을 잡은 이유
생각해보면 에이전트가 서대전역 표를 잡았던 건 사실 당연해 보인다. 조건을 그냥 대전 이라고만 줬으니 AI 입장에서는 서대전이나 대전이나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건 기계의 버그라기보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을 명확하게 주지 않아서 생긴 일에 가깝다.
결국 AI에게 일을 시킬 때는 그냥 목표만 던져두는 게 아니라, 그 목표에 딱 맞는 명확한 조건을 얼마나 꼼꼼하게 제시하느냐가 관관이다. "대전역으로 가고, KTX만 찾아줘, 서대전은 안되."처럼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박아줘야 AI도 딴길로 안 샌다. 이제는 버튼의 위치나 색상을 고민할 게 아니라, 이런 명확한 지침을 설계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의 UX가 아닐까 싶다.
그럼 우리는 뭐 해야 하나
앱이라는 껍데기가 사라진다는 건,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도구 사용법이 쓸모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이전트가 말 한마디에 소모품 같은 코드를 스스로 뱉어내며 일을 다 처리하는데, 코딩 문법이나 앱 디자인 가이드를 붙잡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일까. 이제는 어떻게 만드는가보다, 기계가 내 의도를 헛갈리지 않게 목표와 조건을 잘 정의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다.
해당 포스팅 댓글을 보니 "불법 매크로 써서 표 예매한 이야기를 길게도 썼다"며 비난하는 글이 달려 있었다. 누군가에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주목한 건 매크로냐 아니냐는 기술적인 시비가 아니다.
핵심은 복잡한 실행 단계를 다 건너뛰고 오직 나의 의도만으로 시스템을 부려먹는 그 과정에 있다. 앱이라는 껍데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이제 더 이상 예전 같은 코딩 문법이 남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인간이 기계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 지침이 얼마나 명확한지가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지만, 결국 중요한 건 기계를 어떻게 제대로 부려먹느냐에 달려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