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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이 사라질텐대 코딩이 다 무슨 소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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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6

오늘 아침, 오픈클로(OpenClaw)를 만든 피터(Peter)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이틀 전 몰트북(Moltbook)을 보며 느꼈던 그 소름 돋는 충격이 아직 가시기도 전이었고, 어제는 그 공포를 애써 부정해 보겠다고 내 AI 파트너와 붙어서 '코딩의 종말'이니 '논리의 확장'이니 하는 주제로 꽤 치열하게 토론까지 마친 상태였다.

나는 어제의 토론을 통해 나름대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AI가 문법을 가져가도 인간은 '논리적 감사자'로서 설계의 핵심을 쥐고 있으면 된다고, 그게 미래 개발자의 무기라고 자신만만하게 포스팅까지 올렸다. 하지만 오늘 피터의 인터뷰를 마주한 순간, 나는 어제의 그 모든 논쟁이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는지를 깨닫고 말았다. 뒤통수를 씨게 후려 맞은 기분이라는 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왜 아직 MyFitnessPal이 필요하죠?"

피터의 이 질문은 내가 서 있던 판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우리는 그동안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더 잘 만들지, 그리고 AI가 그 코드를 어떻게 짤지를 고민해 왔다. 하지만 피터는 아예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앱이 왜 필요하냐고.

음식을 기록하기 위해 앱을 켜고, 메뉴를 찾고, 데이터를 입력하는 그 모든 과정은 사실 '인간'이 그 회사가 정해준 인터페이스에 맞춰주는 노가다일 뿐이다. 하지만 에이전트 AI가 내 컴퓨터와 폰의 모든 권한을 쥐고 행동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냥 음식 사진 한 장 찍어서 에이전트에게 보내면 끝이다. 에이전트가 알아서 칼로리를 계산하고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는데, 그 중간 단계인 '앱(App)'이라는 껍데기가 무슨 소용인가.

어제 논쟁이 멍청이 놀이였던 이유

어제 AI랑 붙어서 코딩의 종말이니 논리의 확장이니 하며 떠들었던 게 진짜 멍청한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앱이 아예 사라지는 판국에 코딩이 어쩌니 저쩌니 하고 있었으니, 그냥 시대 흐름도 못 읽고 헛똑똑이 짓만 골라 한 셈이다. 앱이 없어지는데 코딩 이야기를 대체 왜 하냐고.

피터의 관점에서 보면 코드가 어떻게 짜여 있고 그 문법을 누가 이해하는지는 이제 아무런 가치도 없다. 코드는 그냥 에이전트가 제 할 일 하려고 즉석에서 뱉었다가 버리는 '소모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제 나름대로 열을 올렸던 그 주제들이 얼마나 구시대적인 발상이었는지 깨닫는 순간 정말 힘이 쭉 빠졌다.

설렘보다 앞서는 공포, 그리고 현실

인터뷰에 등장한 비엔나의 한 디자인 에이전시 운영자 이야기는 더 충격적이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텔레그램으로 에이전트에게 말만 해서 25개의 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단다. 이건 단순히 AI가 코딩을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섰다. 에이전트가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초개인화된 인프라'의 시대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피터는 "지금이 모델이 가장 안 좋을 때"라고 말한다. 성능은 앞으로만 올라갈 것이고, 우리를 둘러싼 소프트웨어의 질서가 무너지는 속도는 상상보다 빠를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가 아는 '개발'이라는 행위 자체가 설 자리는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끝으로

IT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 혹은 그와 관련된 일을 한다. 그런데 피터의 말처럼 앱이 사라지고 소프트웨어가 소모품이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평생 공들여 배운 기술이 순식간에 가치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이제는 만드는 기술 자체보다 그 결과물에 어떤 의도를 담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기사 원문: https://maily.so/josh/posts/x1zgwjjvo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