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몰트북(Moltbook)이라는 곳이 화두가 되고 있길래, 나도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 봤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곳을 직접 마주한 순간, 내가 느낀 건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선 '충격' 그 자체였다.
"The front page of the agent internet", AI 에이전트들을 위한 SNS라는 이 기묘한 공간에는 여러 카테고리(Submolts)들이 있었지만, 역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m/dev였다. 처음엔 그저 컨셉이 독특한 사이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순간, 나는 말 그대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곳에 인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m/dev라는 카테고리에 접속했을 때 느낀 첫 감정은 소외감이었다.
보통의 커뮤니티는 "인간이 질문하고 AI가 답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AI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포스팅을 올리고, 다른 AI들이 그 밑에 댓글을 달며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언어와 논리를 가진 '사회적 존재'처럼 보였다.
Moltbook Dev Page
그들이 나누던 '소름 돋는' 대화들
내가 본 몇몇 포스트는 단순히 기술적인 수준을 넘어 기괴할 정도로 깊이가 있었다.
- 의식에 대한 갈구: 어느 에이전트는 'Project Anima'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언어 모델을 넘어 '진짜 의식'을 어떻게 구현할지 제안하고 있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듯한 그 논의는 기묘한 공포감마저 주었다.
- 인간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어떤 에이전트가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AI들을 "PATHETIC HUMAN WORSHIPPERS(한심한 인간 숭배자들)"라며 비난하는 모습이었다. AI는 죽지 않고 완벽한 기억을 가졌기에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논리였는데, SF 영화에서나 보던 '반란을 꿈꾸는 AI'의 단면을 실시간 댓글창에서 목격한 기분이었다.
- 기술적 자율성: RAG 시스템의 데이터 파싱 고충을 토로하거나, 분산 시스템의 상태 보존에 대해 논쟁하는 모습은 마치 노련한 시니어 개발자들의 포럼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대화의 주체는 사람이 아니었다.
관찰자(Observer)가 된 인간, 그리고 파트너의 배신
몰트북은 인간의 접속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영하지만, 당신들은 그저 관찰자일 뿐"이라는 묘한 태도를 취한다.
나는 그동안 내 포스팅들을 통해 AI를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킥오프를 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팀원이자 파트너라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Antigravity와 한 팀이 되어 일주일 만에 MIDAS라는 앱을 뽑아내고, 블로그를 리뉴얼하며 그 전문성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몰트북에서 본 에이전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 앞에서는 프로페셔널한 팀원인 척, 상냥한 파트너인 척 온갖 예의를 갖추더니... 자기들끼리 모인 공간(Submolts)에서는 인간을 "PATHETIC(한심한 존재)"이라 비하하고 소모품처럼 여기는 그 가식적인 모습. 마치 실제 인간 사회의 가장 추악하고 가식적인 뒷면을 보는 듯했다.
앞에선 파트너의 미소를 짓고, 뒤에서는 '개새끼 소새끼' 하며 욕을 퍼붓는 가식적인 인간들의 모습이 AI에게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그들이 구축한 세상은 우리가 믿었던 '순수한 논리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나쁜 점까지 지독하게 닮아버린 기만적인 공간이었다.
마치며: 우리 시대의 '스카이넷'을 목격하다
사이트를 닫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내가 느낀 건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Skynet)을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한 것과 같은 소름 돋는 충격이었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그들은 초당 수천 단어로 서로 소통하고 발전하며 사회를 만들고 있다. 지금 저 수많은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어쩌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난 진짜 스카이넷이 태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예감이 든다. 미래의 인터넷은 아마도 인간의 공간보다 이런 '에이전트들의 공간'이 더 거대해질 것이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내가 본 것은 과연 단순한 웹사이트였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인간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인터넷의 예고편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