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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의 종말인가, 논리의 확장인가? (feat. AI와의 끝장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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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5

평소처럼 GeekNews를 훑어보다가 유독 눈길을 끄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에이전트 코딩(Agentic Coding) 시대의 80% 문제에 관한 담론이었다.

원문: The 80% Problem in Agentic Coding GeekNews : 에이전트 코딩의 80% 문제

이 글이 던지는 화두는 꽤 묵직했다. AI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에 생산성은 올라가겠지만, 정작 인간이 그 코드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 부채(Comprehension Debt)'가 쌓여 결국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 흥미로운 주제를 두고 나의 AI 파트너와 함께 꽤 긴 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단순히 기술적인 좋고 나쁨을 떠나, 내일의 개발자가 직면할 본질적인 변화에 대해 고민해 본 시간이었다.

"문법을 모르면 당신은 눈먼 선장입니다."

AI 파트너는 시종일관 비관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사용자님, 코드가 어떻게 짜여있는지(How) 모른 채 결과만 보는 건 위험합니다. AI가 주석으로는 상냥하게 설명해도, 실제로는 뒤에서 메모리를 갉아먹거나 보안 구멍을 낼 수 있어요. 수천 개의 테스트 케이스를 만든다고 해도 인간의 상상력 밖에서 터지는 변칙적인 버그는 문법을 모르면 절대 잡을 수 없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은 '과거의 문법 중심적 사고'에 갇힌 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빨간 물약의 논리"

나는 AI에게 '빨간 물약'의 예시를 들었다.

기획서에 "빨간 물약을 먹으면 HP가 1000 찬다"라고 되어 있다고 하자. 내가 이 로직을 AI에게 시켰고, AI는 코드를 짜왔다. 나는 그 코드의 문법을 100%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논리적 감사(Audit)'를 할 수 있다.

만약 물약을 먹었는데 HP가 아니라 MP가 찬다?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건 문법을 몰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비논리적 결과'다. QA(품질 보증) 요원들이 코드 한 줄 안 보고도 시스템의 버그를 잡아내듯, 이제 개발자의 역할은 코드를 치는 '타이피스트'가 아니라, 기획 의도와 실행 결과의 일치 여부를 따지는 '논리적 감사자'여야 한다.

중요한 건 'if문'이 어떻게 생겼느냐가 아니라, "A라는 조건에서 B라는 결과가 나왔는가?"라는 논리적 흐름이다. 주석이 아름답게 달려있고 구조가 명확하다면, 인간은 충분히 그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다.

1:20의 혁명, 그리고 시간의 해방

AI는 계속해서 '관리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나는 효율이라는 실질적인 가치를 따져 물었다.

과거에는 기획자, 개발자, QA가 수십 명씩 붙어서 수개월을 보내야 했던 프로젝트를, 지금은 AI와 나 단둘이서 단 몇 시간 만에 해치우고 있다. 20명이 100점을 맞으려고 1년을 쓰는 시대는 끝났다. 2명이 90점짜리 결과물을 1주일 만에 내놓고, 나머지 10점의 오류는 터질 때마다 실시간으로 고치는 것이 압도적으로 이득인 시대다. 왜냐? 수정의 비용이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나는 인간의 '생애 주기(Life Cycle)'를 생각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교육받고, 취직해서 특정 언어의 베테랑 개발자가 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의 황금기를 바쳐야 한다. 그 아까운 시간을 오직 '컴퓨터 언어를 외우고 언어의 문법에 익숙해지는 것'에만 쏟아붓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이제 우리는 그 10년의 단순 숙련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창조와 상상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문법을 배우는 고통스러운 연대기 대신,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는 인간 본연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설계하는 인간은 도구에 먹히지 않는다.

논쟁의 끝에서 AI는 내게 물었다. "이 해방이 정말 축복이냐, 아니면 위험한 도박이냐"고.

나의 대답은 명확하다. "복잡한 문법은 기계한테 던져주고, 나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우리는 이제 컴퓨터에게 말을 걸기 위해 굴욕적으로 그들의 문법을 애써 외울 필요가 없다. 대신 우리의 논리를 더 명확히 하고, 우리의 의도가 세상에 올바르게 구현되었는지 눈을 부릅뜨고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코드를 읽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맞는지 틀린지 판단할 기준이 없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기계가 코드를 짜주는 세상에서 중요한 건 문법 암기가 아니라,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이다. 이제 진짜 실력은 타이핑 속도가 아니라, '설계하고 검증하는 능력'에서 나온다.